재판연구관의 실수
에필로그 – 변호사의 길

파기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은 초과 수수료의 반환을 명하였고, 이에 대하여 중개업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재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저촉되는 위 두 대법원판결은 상당 기간 정리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서울법대 김재형 교수가 위 ① 판결선고 직후에 <민사판례연구회>에서 초과수수료가 무효라는 위 ① 판결을 지지하는 평석을 발표하여 그나마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결국 나의 예상대로, 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② 판결이 폐기됨으로써 판례저촉은 5년 만에 해소되었다. 나의 보고내용이 다수의견으로 채택되어 나도 어느 정도 명예훼복을 하였다. 나는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천직으로 여기던 법관직을 사직하여 허전한 마음을 달래던 후배 변호사에게 이런 격려성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법관도 좋지만 변호사도 해보면 보람 있고 좋은 직업입니다. 판사처럼 남을 판단하는 고통이 없고, 도와준 클라이언트에게서 대개는 고맙다고 인사 받고 격려 받고요. 욕먹을 일보다는 감사인사 받을 일이 판사보다 많은 직업이 변호사인 듯합니다. 변호사 7년 해본 소감입니다. 법관 사직서 제출할 때 결사반대하시던 제 부모님이 요즘은 저에게 ‘변호사 참 좋은 직업이네.'라고 합니다. 나도 좋고, 가족도 좋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혹여 변호사가 될 생각을 가진 독자를 위해 몇 분의 조언을 여기에 인용해 둔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부자나 대기업을 상대할 생각만 하는데, 그건 결코 성공하는 변호사의 길이 아니다. 인권변호의 길을 가더라도 공명심을 앞세우면 안 된다. 사건을 통해 명성을 얻으려 하거나 정치적 입신의 토대로 삼으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왜 변호사를 하려 했는지, 초심의 꿈을 소중히 간직하길 바란다.” (홍성우 변호사 2011년 6월 12자 중앙SUNDAY) “돈만 약간 있다면 지혜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면서 좋은 얘기를 듣고 살았으면 좋겠다./ 법해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해야 하는 게 (변호사의) 의무인 걸 깨달았어요. 그게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형식논리적으로 법해석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사건과 법조문 뒤에 있는 인간의 심층에 있는 본질을 봐야 해요. 좋은 법률가는 그 깊은 곳에 있는 걸 보는 사람이죠. 나이 50이 넘어서 실정법의 해석만 하는 사람은 좋은 법률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철학 역사 문학 종교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클라이언트를 위한 총잡이까지는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를 시작할 때 대개 갖는 환상들이 있어요. 열심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또 돈을 벌면 정계로 나가 권력을 가지고 싶다는 경우도 많죠. 부를 추구하는 건 변호사로서 허망한 꿈이라고 생각해요. 권력도 마찬가지죠. 결국은 살면서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좋은 일 하고 베풀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줄 수밖에 없어요. 변호사의 갈 길은 분명한 겁니다.”(양삼승 변호사 2011년 7월 18일자 대한변협신문) “시민을 위한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 변호사의 본분이고, 더 멀리 더 넓게 보아야 한다.”(리걸타임즈 김진원 대표)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은 모든 사람한테 배우는 사람이다.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다.”(서울대 안병욱 교수)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